이 책은 ‘K’와 함께 ‘9일 동안’ 진주를 걷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. 남성당 한약방, 진주극장, 기차역, 남강, 개천예술제와 국제재즈페스티벌, 박생광과 국립진주박물관, 이성자미술관, 연암도서관, 진주문고, 중앙시장, 수복빵집, 형평운동과 관련한 곳들 그리고 골목골목에 자리한 장소들이 나온다.
'천년고도의 도시’ 진주는 먼 과거의 것들을 보존하는 당위와 언제나 그 기억에서 벗어나려는 이탈의 욕망이 공존하는 도시이다. 장소들에서 비롯되는 개인들의 내밀한 기억은 비슷하지만, 특별한 그 무엇이 있다. 한사람의 삶이 묻어나는 장소에서 타인들과 소통하는 장소 그리고 약자들이 살아가는 장소들까지. 그 장소들은 시간이 지나면 변화를 겪기 마련이다. 그럼에도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사람과 더불어 삶을 극진히 사는 장소들을 ‘아름다운 헤테로토피아’라 이름한다. 말하자면 그곳에는 모든 것들이 당신을 향하던 순한 시간들이 있었고 내 안으로만 들어오던 오랜 기억이 있었다.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.